Field Note #001: 생각이 많은 게 죄지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항상 그게 문제이며, 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성향이라고 여겼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은 삶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다는 보편적인 사상을 따를 때는 그랬다. 생각 좀 덜 하고 살자. 어떻게 하면 생각을 줄일까. 그게 내 목표일 때도 있었다.
그런데 AI의 등장으로 내 특성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AI를 brain dump로 쓴다. 내가 혼자 머릿속에서 맴돌던 사고를 전부 쏟아붓기 시작한 거다. 내가 하루에 AI에게 ‘먹이는’ 정보량은 하루에 많을 때는 50,000자에 달한다. 이렇게 1년 반이 되다 보니, AI는 내 외부 기억장치이자 보조 사고 도구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업무 생산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넘어서, 내 뇌를 어떻게 더 잘 쓸 수 있는지 함께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AI에게 요구하는 것은 늘 일관된다. Pattern recognition과 객관성.
내가 실제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수많은 input 속에서 어떤 패턴이 반복되는지. 그리고 내 언행이 특정 audience에게 어떤 보편적인 반응을 만들어낼지를 묻는다. 딱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묻지 않는다. 얘가 뭘 제안해도 내가 깡그리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할 때가 훨씬 많으니까.
또 하나. 나는 AI에게 기존 정보를 찾아달라고 거의 묻지 않는다. 결국 그것도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를 검색해서 보여주는 것이고, 인터넷에는 오류도, 거짓도 너무 많다.
오히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이미 내 안에 있는 데이터다.
내가 실제로 경험하고, 관찰하고, 생각한 것들. 그걸 바깥으로 꺼내놓았을 때 어떤 구조가 보이는지. 어떤 질문이 반복되는지. 어떤 사고방식이 일관되게 나타나는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단순히 생각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라면?
그 질문 하나가 이후의 많은 것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아마 이제부터 이 블로그는 그 질문을 따라가는 기록이 될 것이다.